부동산 호황기 우후죽순 분양…임차인 못 구해 장기공실
고금리 못 버틴 물건 경매매물로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고양시 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입주를 시작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전체 호실의 60%가량이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공실로 남아 있다.
2021년 분양 당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완판’에 성공했고 한때 웃돈까지 붙어 거래됐지만, 지금은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에는 이 건물 말고도 준공을 앞둔 지식산업센터가 여러 곳 있다. 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초 분양가에서 수천만원을 낮춘 분양권이 급매물로 나오고 있다.
입주 시까지 계약금 10%만 부담하면 된다는 말에 지식산업센터를 두 개나 분양받았다는 A씨는 “지금은 임차인도 구하지 못하고 매물로 내놔도 팔리지 않고 있다”면서 “대출금 이자에 관리비까지 부담하느라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부동산 호황기 인기 투자처로 주목받았던 지식산업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업 등의 사업장과 그 지원시설 등이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건물이다.
저금리에 집값이 오르던 시절 각종 규제가 주택에 집중되자 이를 대체하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주택과 달리 전매 제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고, 분양가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공장과 달리 공장 건축면적을 제한하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도 적용받지 않다 보니 부동산 호황기 전국에 우후죽순 분양됐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전국에 공급된 지식산업센터(설립승인 기준)는 총 1천529곳으로 2020년 4월(1천167곳) 이후 362곳이 늘었다.
이처럼 공급은 과도하게 이뤄진 반면 최근 경기침체로 수요는 줄자 전국 곳곳의 지식산업센터에서 대규모 공실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까지 오르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했다가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투자자들의 매물이 경매에 쏟아지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 시장에 나온 지식산업센터는 총 688건으로 전년도(403건)에 비해 70%나 늘었다.
매물은 쏟아진 반면 수요는 줄면서 경매 매물 가운데 28.9%만이 주인을 찾았다. 2022년(45.2%)에 비해 16.3%포인트 낮아진 낙찰률이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역시 2022년 88.7%에서 지난해 71.2%로 낮아졌다.
지식산업센터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던 통신판매업과 전문건설업 등을 ‘제조업 부대 시설’로 간주해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산업집적법) 시행 규칙을 개정해 이달 중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급 과잉을 방지하기 위해 향후 각 지방자치단체가 새 지식산업센터 설립을 승인할 때 지역 내 입주 수요와 공급 현황 등 시장 상황을 적극 고려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투기 수요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전매 금지, 임차인이 재임대를 하는 전대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산업집적법 개정안 4건이 발의돼 상임위원회 심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수요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공급으로 투기수요만 양산하다 보니 대규모 공실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며 “인허가 물량을 고려하면 당분간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며 문제가 단기가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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